티스토리 뷰
'촛불 민주주의'. 지난 겨울 일었던 광장에서의 촛불과, 이어진 대통령 탄핵. 이 정국을 정치적 이론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또한 우리 국민이 정말로 '승리'한 것일까? 이에 대한 고민을 하던 도중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 개념을 발견했다. 바로 '양손잡이 민주주의'이다.
6월 28일 필립 슈미터 교수와 임혁백 교수가 진행했던 대담에서, 바로 이 '촛불 민주주의'에 대하여 다루었다. 슈미터 교수는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개별 국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모든 민주주의는 타협의 산물이고, 타협은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의 의사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융합 민주주의'라고 본다고 했다. 융합 민주주의란 간접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혼합된 민주주의이다. 촛불 집회의 탄핵 요구를 의회가 수용했고 이에 탄핵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참여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보았다. 이에 슈미터 교수는 생각을 달리 했다. 슈미터 교수는 민주주의의 이행을 크게 두 가지로 보았다. 첫째는 프랑스와 같은 대중이 일어나고 폭력으로 권력을 몰아내는 혁명이다. 둘째는 영국과 같은 지배세력이 대중의 이해를 점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개선이다. 최근 한국의 정치변동은 프랑스보다는 영국을 닮아 있다고 슈미터 교수는 말했다. 이를 '협약에 의한 민주화 과정(The pacted transition)'이라고 하면서, 권위주의 체제에 관여한 일부 세력이 민주화로의 이행에 동의해 권력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 교수가 말한 '참여 민주주의의 승리'에 동의하지 않았다. 참여 민주주의란 국민투표로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새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한국의 사례는 정치세력들이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타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나는 이러한 시각이 새로우면서 충격이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온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슈미터 교수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지만 이는 이전에도 있던 정치세력이며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슈미터 교수는 양손잡이 민주주의와 코포라티즘(Corporatism, 노사정 합의제)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국가가 개입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으나 현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현재 유럽에서의 코포라티즘은 실패했으며 최근에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보다 더 세계화하고 있다며 자본주의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고 슈미터 교수는 말한다.
현존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현존 민주주의는 기술관료주의와 대중영합주의(Populism)으로 나뉜다. 두 경향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기술관료주의는 전문 지식이 있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돼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 절차는 장난처럼 된다. 때문에 전문가 집단에 배신당한 대중의 극단적인 선택이 바로 대중영합주의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슈미터 교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들었다.
슈미터 교수의 현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은 매우 날카롭고 신선하다. 나는 여태껏 임혁백 교수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같은 '바깥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접하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이 아닌 '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정치. 그러나 프랑스 혁명과 같은 '대중이 폭력으로 권력을 몰아내는' 혁명만이 진정한 혁명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오히려 한국의 이번 탄핵 정국의 경우에는 폭력이 없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의 '비폭력'적 면에 주목하는 것도 이 이유다. 결국 견해의 차이는 이러한 변화로 권력세력이 교체되었는지의 여부에서 나온다. 임 교수는 권력세력이 교체되었다고 보는 것이고 슈미터 교수는 권력세력이 교체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권력은 과연 교체된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도 든다. 슈미터 교수가 말하는 권력의 교체는 그럼 현재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인가? 꼭 시민이 권력을 끌어내리고 그 위에 서야만 권력이 교체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장집 교수가 쓴 <양손잡이 민주주의>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5&aid=0002731529
'etc >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버 상식in뉴스] 2017년 7월 1주차 정리 (0) | 2017.08.19 |
---|---|
[네이버 상식in뉴스] 2017년 6월 4주차 정리 (0) | 2017.07.13 |
[네이버 상식in뉴스] 2017년 6월 3주차 정리 (0) | 2017.06.26 |
[네이버 상식in뉴스] 2017년 6월 2주차 정리 (0) | 2017.06.25 |
[네이버 상식in뉴스] 2017년 4월 1주차 정리 (0) | 2017.04.23 |
- Total
- Today
- Yesterday
- 내집이나타났다
- 예능리뷰
- 언론고시
- 드라마추천
- 힐링영화
- 마블
- 영화 추천
- 박형식
- KBS1
- 디즈니
- PD
- tvN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 PD 합격 수기
- 예능
- 명견만리
- 에이전트카터
- 프랑스영화
- 드라마 리뷰
- 알베르토
- 영화
- 나영석
- PD합격
- 네이버상식in
- 영화추천
- 꼬마 니콜라
- 리뷰
- 인생영화
- jtbc
- 드라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