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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덕여왕 말고는 놀랍게도 화랑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드라마는 이게 처음일 듯 싶다. 신라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난 게 많은데 다른 시대보다 드라마화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먼저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논해볼까한다. 웬만해서는 배우의 연기보다는 연출이나 스토리, 혹은 방송사 자체의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나지만 이번엔 꼭 말해야겠다. 배우 서예지! 전에 찍었던 시트콤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대사, "괜찮으십니까." 를 들었을 때의 전율이란.. 이 드라마의 그 누구보다도 연기연습과 특히 발성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함께 나왔을 때 밀리지 않는 배우는 성동일이 유일한 것 같고.. 이번에 새로 영화를 찍었던데 기회가 되면 꼭 봐야지.

 본격적으로 드라마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드라마 <화랑>. 대놓고 퓨전사극에 고증은 개나 줘버렸지만 그만큼 재밌다. 왜? 내가 전에도 드라마 <쾌도 홍길동> 리뷰를 쓰며, 이런 퓨전사극은 이제 잘 다루지 않고 죄다 고증에 집착하며 무거운 분위기의 사극이 많아졌다는 리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는 <화랑>을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쾌도 홍길동을 볼 때에도 그랬다. 자고로 드라마란, 휴식 속에 있어야 하거늘 고증에 무거운 역사 이야기에 게다가 숨어있는 연출까지 계산하노라면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드라마를 보면서 좋았던 연출 등을 메모하긴 하지만 이런 버릇 때문인지 드라마를 볼 때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화랑>은 그런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재밌는 것 같다. 시청률도 11프로로, 방영 전에 받았던 우려와는 달리 선방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 <화랑>의 처음 제목엔 '더 비기닝'이 붙었던 것 같은데 없어졌다. 어떻게 된 걸까? 다분히 시리즈로 낼 분위기였는데..11화까지 본 소감으로는 이걸 시리즈로 어떻게 낼지가 더 궁금하기도 하다.


+ (12~14화)

 12화로 넘어가면서 드라마 캐릭터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여러 캐릭터들이 조화로우면서 재미와 감동을 고르게 주었다면 화랑 사절단이 백제로 떠나고부터는 캐릭터들이 순식간에 붕...괴...★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삼맥종은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고 아로는 왜 민폐 캐릭터로 전락했는가!!!!! (이전에 썼던 에이전트 카터에서 나는 민폐여주를 다루는 드라마 전개를 매우 싫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소태후는 항상 그렇게 발발 떨 거면 그냥 삼맥종에게 왕위를 제발 넘겨줬으면.. 게다가 백제 태자는 폼만 잔뜩 잡더니 왜 그렇게 약한 것인가. 화랑을 보자면, 뭔가 대단한 수가 있는 것 같더니만 보면 그냥 '정면승부'이다. 정말로 작가의 역량이 많이 딸리는 것 같다. 선덕여왕과 비교해보면 매우 뒤떨어지는 스토리임에는 확실하다. 12화부터는 왜 캐릭터들을 이렇게밖에 그리지 못하나 화가 날 정도.

 그러나 백제 태자의 캐릭터가 아닌 김민준이라는 배우 자체를 보자면 매우 훌륭했다고 말하고 싶다. 뭔가 김민준만 보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모에서의 김민준 말고 거의 처음으로 드라마에서 본 그이기에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설마 김민준이겠어? 하고 찾아보니 정말로 김민준.. 서예지 이후로 성동일과 투샷으로 잡힐 때 꿀리지 않는 배우. 특별출연이 아닌 듯 보이는데, 앞으로 드라마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딸리는 작가의 역량을 고려해보았을 때 상당한 캐릭터 붕괴를 예상해보지만 말이다.. 


+ (14~18화)

 하하하... 18화까지 보고 있자니, 18화까지 보고 있는 내가 대단하달까..................... 내가 이 드라마를 왜 보고 있는가 곰곰하게 생각해 보니, 일단 드라마를 보면서 매우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고 두 번째는 박형식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치만.. 18화는.. 박형식은 중간과 끝에 찔끔 나오는데다가 보면서 매우 불편한 마음으로 내내 집중을 하지 못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라고 연예 뉴스를 확인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댓글들 대다수가 욕들이 욕들이 아주.....

 내용의 어수선함과 들쭉날쭉 난리부르스는 18화에서 절정을 맞이하는데.. 18화에서 한성 칼 맞고 아로 활 맞고 아주 난리 남. 초반에 갑자기 뜬금포로 박영실이 한성 할아버지한테 왕 목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만.. 한성 형에게 가서 왕 목 진짜 가지고 오라고 하는 할아버지도 웃기고, 안 그러면 자기랑 한성 죽을 거라는 할아버지 말을 믿고 따르는 한성 형도 웃기고.. 일단 여기서 한성을 죽이려고 발버둥치는 작가의 노고가.. 느껴졌다.. 방탄소년단이 갑자기 일정이 생겼습니까....? 보보경심:려에 백현도 그렇고 화랑의 뷔도 그렇고 중간에 죽는 게 팬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해서 그런지 아니면 해외 콘서트 일정이라도 있는 것인지... 

 또! 삼맥종의 캐릭터를 왜! 이렇게밖에 그려낼 수 없었단 말입니까. 이게 최선입니까.. 중간에 갑자기 화랑을 지키겠다, 백성을 지키겠다 말로는 이미 삼국 통일하신 삼맥종께서 내내 등장하지 아니하시더니 막판에 뜬금포로 등장. 왕밍아웃. 그 시각에 아로는 활을 맞고..... 그냥 개새랑 떠나고 지소태후 물러나면 모두가 해피해질 것을, 지소태후는 물러나지 않으면서 개새랑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이 삼맥종의 탓인 양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예고편의 지소태후를 보고 화딱지.. 내가 이 드라마를 화를 내면서 보고 있어야 하나, 하는 약간의 현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18화까지 봤으니 보자, 하는 뜬금없이 튀어 나온 끈기. 좋은 캐릭터들을 다 살리지 못하고 질질 끌거면 왜 사전 제작으로 만들었습니까.. 게다가 20부작인데 다음주가 마지막횐데 언제 다 마무리하고 끝내려고.. 본격 작가 걱정하게 하는 드라마.. 


+ (19, 20화)

그렇습니다.... <화랑>은 마지막화를 위해서 존재했던 것입니다.. 나는 삼맥종이 왕이 안될까봐 전전긍긍에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1화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지, 하고 작가 걱정을 하며 보았었다. 급기야 20화를 본방으로 보던 도중에는 보는 것을 포기하고 엄마와 동생을 두고는 티비 앞을 떠나기도 했다.. 그치만 결론을 보고는 말을 잃었으니.. 사이다라고 하면 사이다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맥 빠지는 스토리일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결말. 어릴 적의 나는 새드엔딩이 좋았었는데 이제는 해피엔딩이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현실이 워낙 sad하니.. 아무튼 더 이상의 내용 언급은 스포가 될까 하니 이 정도로 마무리 짓는 걸로. 아무튼 화랑 결말까지 참고 참고 참아서 본 나 자신 대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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