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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유
사극에서의 남장 여자, 힘 없는 왕, 까칠한 남주, 사연 있는 여주 ... 게다가 구르미 그린 달빛은 네이버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사극으로 이미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비슷한 드라마가 한번 나온 적이 있다. 또한 '응답하라의 저주'라고 하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온 주인공들은 모두 하향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사람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구르미 그린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동시간 대에 방영되는 <보보경심:려> 같은 경우, 사전 제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언론에서 몇 달 전부터 기대를 받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렇게 뻔한 스토리에, 걱정되는 배경에서도, 베일을 벗은 <구르미 그린 달빛>은 계속 승승장구 중이다. 오히려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달의 연인 - 보보경심:려>의 시청률이 매우 저조한 상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소설보다 나은 연출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기력
홍삼놈이 어떻게 내시가 되었고, 내시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루즈하지 않게 잘 연출했다. 사실 소설 속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길어, 루즈하게 느껴졌는데 드라마에서는 짧게 잘 다룬 것 같다. 게다가 조금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설 속의 '김윤성'과는 달리, 초반부터 삼각관계를 유지하며 극의 러브라인을 조여오는 기술이 소설보다 더 나은 것 같다. 김병연-홍삼놈-세자, 이 삼각 러브라인을 다루었던 소설과는 달리 김윤성-홍삼놈-세자의 러브라인을 다루고 김병연은 드라마에 긴장을 주는 역할으로 돌린 것도 마음에 든다. 이 덕분에, 세자와 김윤성 사이의 라이벌 관계도 더욱 돋보이는 듯 하다.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경쟁작이었던 <달의 연인 - 보보경심:려>보다 일주일 일찍 시작하는 것 때문인지, 첫 화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매우 성공적이었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하여 보게 된 '유동층'의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사극의 무거움을 덜어버리고 조금 가벼운 분위기로 전개되는 드라마는, 주 공략층으로 삼았던 어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사로잡아버렸다. 이러한 점에서 마치 예전에 인기 있었던 퓨전 사극인 <쾌도 홍길동>이나 <쾌걸 춘향>이 생각났던 것은 나 뿐일까? 연출 뿐만 아니라 카메오로 출연했던 차태현, 조여정 이라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여러 명품 조연 배우들이 등장하며 힘을 실어주었고 깨알같은 내시들의 개그 요소도 웃음을 자아냈다. 1-2화에서 선방한 데에는 박보검의 매력이라기 보다는, 재미 있는 연출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배우 김유정의 자연스러운 사극 연기는 이러한 연출을 잘 뒷받침해주었다. 앞서 다작의 사극을 해본 배우로서, 크게 걱정했던 요소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왠지 칼을 갈고 나온 듯 하다. 일전에, 흥행에 실패하고 중간 하차했던 <비밀의 문> 때문일까. 그녀가 연기하는 홍삼놈은 마치 장난스러운 소년 같은 느낌이다. 발성도 좋고 드라마 전에 걱정했던 박보검과의 '케미'도 생각보다 좋았다.
청소년 층을 공략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연출진
연출진은 일전에 <후아유-학교2015>를 연출했던 사람들이다. 그 때는 김소현과 육성재의 케미로 많은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렸었다. 후아유와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여러 공통점이 있는데, 일단 여자 주인공이 알아주는 아역 출신이라는 점이다. 후아유에서는 김소현, 구르미에서는 김유정이 맡은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또한 남자 주인공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세'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또, 그 때도 지금도 드라마 주연에는 꼭 아이돌이 있는데, 후아유 때에는 육성재 -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진영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브 주연'은 여자 주인공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뒤에서 돕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돌인 점과 이렇게 여자주인공을 몰래 돕는다는 것에서 많은 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후아유와 구르미 그린 달빛이 다른 점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좀 더 연출이 재밌고 섬세하며 남자 주인공의 연기력이 검증되었다는 점이 있을 것 같다. 연기는 거의 처음이었던 남주혁과는 달리, 박보검의 경우 여러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했으니.
'박보검'이라는 배우
사실은 걱정을 좀 했다. 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의 이영 세자와 <응답하라 1988>에서의 택이는 전혀 달랐기에. 다들 한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응답하라의 저주'는 마치 하나의 설이 되어 퍼지고 있었으니. 그러나 박보검은 <구르미 구린 달빛> 티저에서 '최택'을 벗어버렸다. 난생 처음 보는 드라마 티저에, 선그라스를 끼고 붐바스틱을 추는 세자. 능글맞은 박보검의 춤을 보며, 박보검은 자연스럽게 어리숙한 '최택'을 벗어 던졌다. 주로 SNS를 사용하는 주 시청자들도, 이러한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최택은 잊고 이영 세자에 집중하게 된 것이 아닐까.
또한 박보검의 평소 행실도 이 드라마에 플러스 요인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박보검과 관련된 미담은 어딜 검색하든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떤 연예인이 일진이었다더라, 라는 말이 돌면 곧바로 돌아서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이토록 착하고 성실한 배우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보검을 보며, 요새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드라마 '사전 제작'과 관련해서 조금은 걱정이 든다. 사전 제작을 하다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배우가 실수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드라마를 찍는 기간 동안, 그리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기간 동안 배우에게는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 기간이 거의 1년은 될 텐데. 드라마를 찍을 때에는 배우에 대한 신뢰도 매우 중요하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조금은 지켜볼 일이다. 총 18회 동안에 1/3이 끝났지만, 나머지 2/3을 잘 거두어야 성공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막판에 힘이 좀 빠졌던 <후아유>를 생각하며,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처음 스파트 그대로 이어졌으면 한다. 7화 부터는, 매 화마다의 연출에 대한 내 느낌과 평을 해볼까 한다. 꾸준히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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